“기록으로 남아있는 인간의 역사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68년, 7.8%에 불과하다” -철학자 윌 듀런트 저서 <역사의 교훈> 중
전쟁기념관의 전시유물은 아시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숫자가 더욱 많음을 알 수 있게 되며 이곳에서 한국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고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전 세계의 호국 영령들에 대한 경이로운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하게 되는 곳이다.
전쟁기념관은 얼마 전 세계 최대 여행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뽑은 대한민국 명소 1위로도 뽑혔었다. 2016년에는 ‘아시아 랜드마크 톱(top)25’에 대한민국 최초로 경복궁(20위) 와 함께 선정(25위) 되기도 하였다.
전쟁기념관의 연간 관람객 200만 명 중 외국인은 10% 가량으로 추산된다. 6・25참전국(16개국)과 의료 지원국(6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 이렇듯 전쟁기념관은 전 세계의 관람객들이 손꼽아 방문하는 전쟁에 대한 참상과 아시아 최대의 무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곳이지만 정작 용산구의 주민들에게는 너무 가까워서 쉽지 찾지 않는 곳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인간의 역사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68년인 7.8%에 불과하다”
세계는 아직도 전쟁 중이고 인류는 전쟁을 통해서 파괴되고 복구와 재건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한반도의 평화가 지난 70여 년간 유지될 수 있던 대한민국도 엄연히 아직 휴전 중인 상태이며 남북의 대치 상황 속에서 아직도 깊은 갈등은 지속되어오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전쟁의 역사를 넘어 지난 수천 년간 이루어진 한반도 전체의 전쟁 역사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장마가 끝날 무렵 전쟁기념관의 서원주 부장님을 만나 전쟁기념관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전쟁기념관에서 전시유물부장을 맡고있는 서원주 학예연구관이다.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박물관 큐레이터(curator)라고 할 수 있겠다.
박물관학과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영국에서 유학하며 대영박물관 전시해설사로 일하였다.
귀국 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2014년에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관장을 공모하는 기회에 전쟁기념사업회에 입사하였고,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도 후학들에게 박물관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 어린이박물관 관장 이후 본관으로 올라와 아카이브 해설을 거쳐 전시유물로 올해 딱 9년반 되었고, 내년에 10년이 된다. 한 직장에서 10년을 근무하는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직업에 애착이 있는것 같다.
◼︎ 전쟁기념관은 어떤곳인가
전쟁기념관은 전쟁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하는 전쟁·군사박물관이다.
전쟁기념사업회법 제1조에는 “전쟁의 교훈을 통해 전쟁 예방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전쟁기념관은 이를 위하여 전쟁사 및 군사사와 관련한 중요 군사유물을 수집하여 보존하고 전시와 교육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쟁의 교훈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고고역사박물관 외에도 예술박물관(미술관), 과학관, 문학관, 기념관 들도 이에 포함된다.
◼︎ 전쟁기념관이라는 네이밍이 꼭 전쟁을 기념하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비슷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기념관이라는 네이밍이 전쟁을 기념하는것처럼 보일수 있는데 “(전쟁의 참상을) 잊지말고 전달하며 박물관에서 추모의 기능이 더해진게 바로 기념관”이다.
박물관은 추모를 하지 않는다. 추모의 기능이 포함된게 기념관이다보니 기념하고 전승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 어려운 개념이라 이러한 의도까지 전달되지 않는것같다. 작년에 향후 30년을 위한 전면 개선을 하면서 민원 홈페이지에도 기념관의 네이밍을 지적하는 부분이 올라오고 있는데,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볼때 전쟁은 인류의 모든 순간의 역사인데 이것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는것같다.
어떠한 관점으로는 전쟁이 늘 있는것이 평시 상황이고, 평화롭게 지내는것이 예외의 상황일수도 있다.
전쟁이 비(非)정상적인 상황이고 평화를 목표 지향점을 잡아야한다는 분들이 계시지만 우리는 평화를 지향점으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인류는 평화를 지향해야 하고 전쟁을 예방해야하고,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
이러한 뜻으로 전쟁기념관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교훈을 알려주는 곳이지 전쟁을 숭상하는 그런 공간은 아니다.”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상설・기획전시는 각각 어떠한 내용인가
전쟁기념관 상설전시는 실내전시 3개층 11개 실과 야외전시장(대형장비)으로 이루어져있다.
11개실로는 전쟁역사실 Ⅰ·Ⅱ, 대형장비실(6·25무기), 호국추모실, 6·25전쟁실 Ⅰ·Ⅱ, 625전쟁실Ⅲ(UN실), 기증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북한의 군사도발실로 구성되어 있고, 상설전시는 보통 10년을 주기로 각 실을 전면개선 하고 있으며, 부분 개선 및 유물 교체는 수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박물관이 별관에 자리하고 있다.
비상설전시로는 기획전시와 특별전시가 있다. 기획전시는 보통 그해의 계기성 이슈를 주제로 하는 대형 전시로서 2022년에는 임진왜란 발발 430주년 전시를 개최했고, 전시의 일부인 대형 실감영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독일 iF 디자인 본상을 수상하였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이에 대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별전은 비정기적인 소규모 전시로서 2022년의 경우 정보사령부가 기증한 희귀 총기들을 소재로 ‘기밀해제’ 전시 및 인도와 멕시코 대사관과 공동전시를 개최하였다. 2023년에는 DMZ 유해발굴 관련 특별전과 김상옥의사 의거(일대천 전투) 100주년 기념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또 60평 되는 공간에 국군포로실을 만든 예정이다. 6.25 전쟁 2실의 1부를 국군포로에 대한 부분을 전시 개선을 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유물들이 가장 많이 보존되고 있다. 6.25 전쟁에 실제 사용되었던 최초의 전투기인 무스탕 전투기(원본)가 국내에 2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 가장 큰 폭격기(B-52)가 있는데 그건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에 저희밖에 없다.
또한 M4셔먼전차 라던지, 6.25때 썻던 다른 전차라든지 저희가 가지고 있고, 육해공군 전쟁 유물들이 종합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그외의 북한의 T34탱크도 원본도 보존중이다.
◼︎전쟁기념관은 용산에 위치하고 있다. 용산과 한국전쟁과의 밀접한 연관성은 무엇인가
전쟁기념관이 위치한 용산은 한강과 맞닿은 교통의 요지이자 물류의 중심지로서 오랜 기간 전쟁과 매우 밀접한 공간이다.
750여년 전 13세기에 원나라가 한반도를 침략하고 일본 침략을 준비하기 위한 병참기지를 용산에 두었고, 16세기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일본이 강화협상을 벌이던 곳도 용산이었다. 일제강점기 용산에는 일본 총독의 관저가 있었고,일본군 기지인 ‘조선군 사령부’ 그리고 20사단도 용산에 주둔하고 있었다.
해방 후 미군이 용산기지를 접수하면서 ‘캠프 서빙고’로 명명하고 사용하다가 미군정이 끝나고 기지를 국군에게 인계했으나 6.25가 발발하며 인민군이 용산을 지휘부로 사용하였다. 일본군 건물 중 일부는 아직도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쟁기념관 부지는 일본군 기지 > 미군 기지 > 육군본부를 거침 625전쟁 이후 용산에 위치하던 육본이 1989년 계룡대로 옮기면서 전쟁기념사업회에서 전쟁기념관 건립을 위한 부지로 사용하고 있다.
◼︎기념관의 많은 전쟁 유물중 가장 애착이 가는 유물은 무엇인가
전쟁기념관은 현재 약 40,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근현대 군사유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기탁, 차입(대여) 등 다양한 경로로 유물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현재 전쟁기념관에는 625 당시 사용하던 F-51 무스탕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다. 무스탕은 연락기와 정찰기만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 공군이 최초로 획득하여 운용한 전투기로서 625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종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독자적 작전 능력을 증명한 승호리 전투에서 활약한 기종이다.
특히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무스탕은 대한민국 공군 창설의 일원이자 6.25전쟁 당시 제10대대 대대장을 역임한 김영환 장군이 조종하던 기체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하겠다. 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666호)로 그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관람객 에피소드가 있는가
매년 새해 아침에 전쟁기념관을 최초로 찾는 관람객들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드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년 새해에 문이 열리자 마자 우르르 방문객이 들어왔는데 그 앞에 따라 들어온 남자 중학생 2명이 인천에서 새벽부터 첫차로 찾아와 기념촬영을 하고 갔었다. 중학생 2명이 새해 첫날 전쟁기념관에 방문한다니 뭔가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 매년 안부 문자를 보내고 찾아와 커피도 마시고 했는데 올해는 연락이 없어서 궁금하다. 아마 대입준비를 할 나이가 아닌가 싶어 내년에는 연락이 오려나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용산구 주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저희 전쟁기념관은 세계적인 전쟁·군사박물관을 지향하고 있지만 용산구 관내에 있는 여러 박물관과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용산구 주민여러분께도 우리집 앞마당에서 산책하듯이 편하게 전쟁기념관을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서원주 프로필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UCL/IOE에서 박물관학과 비교교육학을 공부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영박물관에 소속되어 아프리카관과 한국관 전시해설을 했다. 지금은 전쟁기념관에서 학예연구관(전시유물부장)으로 일하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Royal Geographical Society) 펠로우 및 (사)한국박물관학회의 학술행사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공저)로는 ‘La Biomuseologia (2022)’, 2022), ‘국외 소재 19세기 조선 군사유물 연구 (2022)’, ‘La Nuova Museologia (2020)’, '인류에게 박물관이 왜 필요했을까 (2013)’, ‘한국박물관교육학 (2010)’, 이 있다.
이세원
letshb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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