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지역 행사에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은 기어가고, 세월은 날아간다." 어린 시절 하루는 길게만 느껴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 달, 그리고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많은 사람이 이런 변화를 체감하지만,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는 이 현상을 ‘시간 지각의 상대성’으로 설명한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질까?
시간 감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가 제시한 ‘자네의 법칙(Janet’s Law)’에 따르면, 인간은 살아온 시간과 비교하여 현재 시간을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0세 어린이에게 1년은 그의 인생의 10%를 차지하지만, 50세 성인에게는 단 2%에 불과하다.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도 유사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정보를 세밀하게 저장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기 때문에 뇌가 정보를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반면, 성인이 되어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면, 뇌는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경험을 압축적으로 저장하고 시간도 빠르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유발한다.
기술 발전이 시간 감각을 더욱 흐리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 발전과 정보 과부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깊이 있는 기억으로 남지 않으며, 하루하루가 비슷한 패턴으로 지나가면서 시간 감각이 더욱 흐려진다.
2019년 독일 마인츠 대학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시간 체감 속도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속적인 디지털 자극은 기억에 남는 경험을 감소시키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시간을 붙들어 매놓을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경험과 몰입의 순간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첫째, 새로운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등의 활동은 뇌를 자극해 시간을 길게 체감하도록 만든다.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뇌는 이를 세밀하게 저장하며,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시한 ‘몰입(Flow)’ 이론에 따르면, 깊이 집중하는 활동을 할 때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예술, 독서, 운동 등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늘리면 우리가 시간을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일상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같은 출퇴근길을 다니더라도 다른 경로를 선택하거나,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등의 작은 변화가 뇌를 자극해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체감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는 조절할 수 있다. 단순한 반복적인 일상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몰입의 순간을 늘려나간다면 우리는 보다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월이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기어가는’ 듯한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
mankyu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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